한국 예측마켓, 법적 회색지대 벗을 길 없나
폴리아시아는 운영 중이지만 법적 근거 불명확. 미국·EU는 규제 프레임을 세웠고, 일본은 신규허가제 추진 중. 한국도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국내 예측마켓 폴리아시아(polyasia.co.kr)는 매일 30여 개 마켓을 운영하며 수천 명의 참여자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법적 지위는 불명확하다. 게임산업진흥법, 스포츠도박법, 금융투자상품법 어디에도 예측마켓을 직접 규정한 조항이 없다. 국내 규제 당국의 명시적 승인도, 명시적 금지도 없는 상태다. 이는 글로벌 추세와 배치된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2021년 칼시(칼시(Kalshi))가 정치·경제지표 예측을 합법 상품으로 제공하도록 허가했고, 2024년 더욱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유럽연합(EU)은 MiFID II 프레임 내에서 예측마켓을 규제대상으로 포함시켰다. 일본은 2025년부터 예측마켓 신규허가제 도입을 검토 중으로 보인다. 각국이 '인정 후 감독' 모델로 전환하는 반면, 한국은 여전히 침묵 상태다.
이 공백이 의도한 결과인지, 규제 능력의 한계인지는 불명확하다. 도박·투기 우려로 보수적 입장을 유지할 수도, 새로운 금융상품 분류가 필요한 상황을 외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내 참여자들은 이미 활동 중이고, 해외 플랫폼(폴리마켓·칼시) 접근성도 높다. 법적 진공 상태는 투명성·이용자 보호·세제 공정성 모두를 훼손한다.
미국 CFTC의 칼시 승인 경위를 보면 해법의 윤곽이 보인다. CFTC는 예측마켓이 순수 도박이 아니라 '가격발견 기능'을 하는 금융상품이라고 판단했다. 동시에 참여자 거주지 제한, 포지션 상한선, 정산 기준 명확화 등 조건을 부과했다. EU의 MiFID II 적용도 유사하다. 규제 목적은 시장을 폐쇄하는 게 아니라 구조화하는 것이었다.
한국이 택할 수 있는 경로는 세 가지로 보인다. 첫째, CFTC 모델을 참고해 예측마켓을 '정보효율적 금융상품'으로 분류하고 별도 허가제를 신설하는 것. 둘째, 기존 스포츠도박법이나 금융투자상품법을 개정해 포섭하는 것. 셋째, 현 상태를 유지하되 국내 플랫폼에 최소 기준(고객 확인제, 정산 투명성, 이용자 교육)을 권고하는 것이다. 선택의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글로벌 규제 동향은 예측마켓이 '사라질 분야'가 아니라 '관리 대상으로 포함될 분야'임을 시사한다. 문제는 한국이 이 흐름에 얼마나 늦게 응할지, 그 과정에서 국내 플랫폼과 사용자들이 얼마나 손실을 입을지다. 규제 공백은 시장 성장의 자유도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신뢰도 약화와 국제 규제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